외출 전에 손에 드는 Leica M Monochrom (Typ 246)에는 늘 현행 Summicron-M 50mm f/2가 달려 있습니다. 2022년 초, 제가 처음 만져 본 M 시리즈 라이카가 바로 이 카메라였습니다. Leica에는 컬러 필터 없이 흑백으로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담을 수 있는 것은 흰색에서 검은색까지의 계조, 그리고 빛과 그림자뿐입니다.

파리 포토 입구에서 본 아우구스트 잔더의 초상 사진

2024년 11월, Leica M Monochrom (Typ 246)을 들고 처음으로 파리 포토를 찾았습니다. 전시장인 그랑 팔레에 들어서자, 입구 정면의 벽 한 면에 아우구스트 잔더의 초상 사진이 가득 걸려 있었습니다. 20세기 독일을 살아간 사람들을 찍은 《20세기의 사람들》의 프린트 619점입니다. 농민, 장인, 예술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직업과 신분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어 찍은 연작입니다. 전시장의 열기까지 더해져, 사진에 단숨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벽에 걸려 있던 것은 아우구스트 잔더(1876 – 1964)가 찍은 흑백 초상 사진입니다. 색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힘 있게,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 그 힘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파리 포토 전시장에는 그 밖에도 많은 흑백 사진이 있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사진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호사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흑백으로도 마음이 전해지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Paris Photo 2024

이중상으로 초점을 맞추는 레인지파인더의 즐거움

Leica M Monochrom (Typ 246)은 M 시리즈 라이카라고 불리는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입니다. 뷰파인더 중앙에 보이는 이중상을 포커스 링을 돌려 하나로 겹쳐서 초점을 맞춥니다. 구조상 오토포커스는 없습니다. 어긋나 있던 상이 딱 겹치는 순간 셔터를 누릅니다. 이 동작이 M 시리즈 라이카로 찍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레인지파인더의 또 다른 매력은 프레임 바깥까지 보인다는 점입니다. 뷰파인더는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그 위에 찍히는 범위(화각)를 나타내는 브라이트 프레임이 표시됩니다. 투명하기 때문에 렌즈에 담기는 범위의 바깥쪽도 보입니다. 50mm 프레임 바깥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것도 보이니, 그 사람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를 수 있습니다. 찍히는 범위만 그대로 보이는 뷰파인더와는 풍경을 보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초점을 맞추는 동작도, 프레임 바깥을 보면서 촬영하는 시간도, 찍을수록 깊이가 있다고 느낍니다. 뷰파인더 배율은 0.68배로 등배에 가까워서, 두 눈을 뜬 채로도 찍을 수 있습니다. 그 자리의 공기를 제 눈으로 보면서, 그 연장선에서 셔터를 누를 수 있습니다.

반사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풍경은 다르다

흑백으로만 찍을 수 있는 Leica M Monochrom (Typ 246)으로, 빛과 형태만 보다

Leica의 흑백 전용기는 2012년의 초대 M Monochrom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대 모델은 CCD 센서를 탑재했고, 같은 해에 APO-Summicron-M 50mm f/2 ASPH.도 등장했습니다. Leica M Monochrom (Typ 246)은 그 2세대로 2015년에 발매되었고, 센서가 CMOS로 바뀌었습니다. 이후에도 M10 Monochrom, M11 Monochrom으로 흑백 전용 M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센서에 컬러 필터가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화소가 색을 나누지 않고 빛의 밝기만을 그대로 기록합니다. 그만큼 해상감이 높은 묘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흑백으로만 찍을 수 있고, 나중에 컬러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제약이 있는 카메라이지만, 찍으면서 답답함은 없습니다. 눈길이 가는 것은 빛과 그림자, 형태와 질감입니다. 색에 기대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의 편안함입니다. 일상의 스냅에서도, 전시를 위한 작품 작업에서도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코하제 커피(こはぜ珈琲)에서 사진을 전시했을 때도 Leica M Monochrom (Typ 246)으로 찍은 사진을 프린트했습니다. 용지는 A3 크기의 Epson Crispia와 Pictorico Pro Semi Gloss Paper 등을 사용했습니다. 프린트할 때마다 흑백의 깊이를 느꼈습니다.

흑백으로 전하려면 빛과 구도로 보여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이 어렵고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검은색의 질감이나 종이의 질감에 따라서도 사진의 인상은 달라집니다.

이른 아침의 파리

작례: 파리와 일상의 스냅

2024년 11월 파리

파리의 시장
시장의 식재료에 관심이 갔다
스트리트 댄스
파리 포토 전시장 주변의 열기
Margiela
길가에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
마지막 날 드디어 하늘이 개었다

일상의 스냅

노출을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절벽 암벽이 찍히는 느낌이 마음에 든다
도시의 스냅에도
흑백으로 찍은 꽃도 아름답다

사진은 모두 Leica M Monochrom (Typ 246) / Summicron-M 50mm f/2


사진은 흑과 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컬러로 찍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도, Leica는 흑백으로만 찍을 수 있는 M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파리 포토 입구에서 본 잔더의 초상에는 색이 없어도 그곳을 살아간 사람과 시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 만져 본 M 시리즈 라이카로, 언젠가 제 사진에도 그만큼 담아낼 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Summicron을 단 Leica M Monochrom (Typ 246)을 들고 나섭니다.

색이 없는 사진으로 어디까지 전할 수 있을까. 그 제약을 즐기면서.

소개한 장비
  • 카메라: Leica M Monochrom (Typ 246)
  • 렌즈: Summicron-M 50mm f/2 (현행・6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