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기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카페인 FUGLEN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때 들고 있던 카메라가 Leica TL2 블랙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비 오는 날의 카페는 조용하다

어렵게 찾아내 손에 넣은 Leica TL2 블랙

Leica TL2는 2017년에 발표된 APS-C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약 2,400만 화소 센서에 L 마운트를 사용합니다. 후면에는 3.7인치의 큰 터치 액정이 있고, 뷰파인더는 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외장 전자식 뷰파인더가 별매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2022년 5월, Leica는 TL2를 포함한 L 마운트 APS-C 기종인 CL/TL 시스템의 단종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TL2를 찾기 시작한 건 그해 가을의 일입니다.

여러 중고 카메라 매장을 돌아다니고 온라인에서도 정말 많이 찾아보며,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찾아낸 것이 바로 이 한 대입니다.

색상은 블랙을 골랐습니다. 당시에는 검은 바디가 무척 멋져 보였습니다.

렌즈는 ELMARIT-TL F2.8/18mm ASPH. 하나뿐이었습니다. 갖고 싶은 렌즈가 더 있었지만, 대부분 이미 신품도 중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처럼의 Leica TL2이니, 같은 디자인으로 TL2와 잘 어울리는 Leica 렌즈를 갖고 싶어서 어렵게 손에 넣은 렌즈였습니다.

중고로 샀기 때문에 TL 시리즈용 스트랩을 다는 부품이 들어 있지 않아 스트랩을 달 수 없었는데, Leica 부티크에 문의해서 구입한 것도 좋은 추억입니다. 구입할 때 이게 마지막 하나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Leica TL2 리뷰|떠나보낸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깎아 만든 카메라

Sigma BF와 나란히 두어도 얇고 가벼운, 알루미늄 절삭 바디

TL2의 바디는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어졌습니다. 이음새가 없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마찬가지로 절삭 바디로 화제가 된 Sigma BF도 만져 본 적이 있습니다. 나란히 놓아 보면 TL2 쪽이 더 얇고 가볍습니다. 물론 기능도 연식도 다르지만, 미니멀이라는 관점에서 저는 지금도 TL2가 더 좋습니다. 참고로 TL2와 BF는 마운트도 같은 L 마운트입니다.

뷰파인더가 없는 카메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 그래서 더욱, 그 시절 손에 들고 있던 TL2가 생각납니다.

Leica TL2Sigma BF
크기134 × 69 × 33mm약 130.1 × 72.8 × 36.8mm
무게 (배터리 포함)399g약 446g
센서APS-C풀프레임
제조사 공개 수치
Leica TL2 리뷰|떠나보낸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깎아 만든 카메라

뷰파인더를 좋아하는 저도, 후면 액정만으로 찍을 수 있었던 심플함

평소의 저는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찍는 걸 좋아합니다. Nikon Zf를 고른 이유 중 하나도 뷰파인더였습니다.

TL2에는 그 뷰파인더가 없습니다. 후면의 큰 터치 액정을 보면서 찍는 카메라입니다.

버튼과 다이얼은 최소한이고, 메뉴는 스마트폰 앱 같은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고릅니다. 외관도 조작도 심플합니다. 후면 액정만으로 찍는 스타일이 이 카메라의 디자인과 잘 어울렸습니다. 뷰파인더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액정으로 찍는 느낌이 무척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는 찍을 수 없는 Leica의 색과, 환산 약 27mm의 화각

액정을 보면서 가볍게 찍을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TL2로 찍은 사진은 달랐습니다.

Leica다운 색감 덕분인지, 왠지 사진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여행지의 식사도, 거리의 풍경도, 부담 없이 캐주얼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스마트폰으로는 찍을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APS-C이기 때문에 18mm는 35mm 환산 약 27mm.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무척 쓰기 편한 화각입니다. 렌즈는 ELMARIT-TL F2.8/18mm ASPH. 하나뿐이었지만, 여행에도 일상에도 이 렌즈를 끼운 채로 들고 나갔습니다. 얇은 팬케이크형 렌즈라서, 끼운 채로도 바디의 얇음이 그대로입니다.

TL2와 함께 걸은 후쿠오카에서의 이틀

Leica TL2를 손에 넣고 나서 후쿠오카에 간 것도 좋은 추억입니다.

아쉽게도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첫 후쿠오카 여행을 알차게 채워 먹고 싶었던 건 전부 먹고, 관광도 하고, 눈에 들어온 것들을 찰칵찰칵 남겨 가는 여유로운 여행이었습니다.

꼭 먹어 보고 싶었던 명란 덮밥
후쿠오카도 대도시다. 강이 가까이 느껴지는 게 조금 신선하다
후쿠오카니까 라멘도 빠짐없이
타고 갈 비행기는 찍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길을 걸으면 여행이 끝나 가는 게 느껴진다

봄의 온천 여행, 그리고 일상

이 Leica TL2라는 카메라는 정말로 일상의 카메라로서 제 생활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YouTube를 본격적으로 하던 것도 아니어서, 주말마다 가볍게 들고 나가는 카메라로 늘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의 추억이나 짧은 여행에도 들고 가서, 눈에 들어온 것을 iPhone이 아니라 TL2로 찍는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앞쪽 잎에 초점이 맞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진
갑자기 가고 싶어진 쿠사츠 온천

사진은 모두 Leica TL2 / ELMARIT-TL F2.8/18mm ASPH.

아쉬운 점은 촬영에서의 쓰임새와, 흠집에 대한 신경 쓰임

떠나보낸 이유는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YouTube 촬영이 늘면서, 촬영할 때 손에 드는 건 아무래도 다른 카메라가 되어 갔습니다.

또 하나는 흠집입니다. 겨우 찾아낸 한 대였고, 같은 제품은 이제 신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주 들고 나가서 흠집이 나는 게 신경 쓰였습니다. 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보다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좋은 렌즈를 추가로 사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떠나보낸 것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고 구하기도 어려워진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때의 고생을 떠올리면 미련이 남습니다. 중고로 상태 좋은 개체를 만난다면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깎아 만든 바디의 질감과, 그 색. 떠나보낸 지 3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카메라입니다.

사용했던 장비
  • 카메라: Leica TL2 (블랙)
  • 렌즈: ELMARIT-TL F2.8/18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