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서둘러 짐을 맡기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파리의 라이카 스토어 Leica Store Village Royal이었습니다. 메일로 따로 보관을 부탁해 둔 M11-D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해외여행, 파리 라이카 스토어에서 받은 M11-D

2024년 11월, 파리 포토(Paris Photo 2024)를 보러 첫 해외여행으로 프랑스 파리에 갔습니다. 당시 M11-D는 일본에서 재고를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출발 2주쯤 전에 파리 라이카 스토어 사이트를 보니 2~3일이면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메일을 보냈지만 좀처럼 답장이 오지 않아, 파리에서도 구입은 어렵겠다고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국 심사 줄에 서서 메일을 확인해 보니, 따로 보관해 주겠다는 답장이 와 있었습니다.

라이카를 갖는다면 M형이 좋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M Monochrom(Typ 246)을 쓰면서였습니다. 흑백으로만 찍을 수 있고, 초점도 직접 맞춰야 합니다. 그 제약이 즐거웠습니다. 후면 액정이 없는 M11-D가 발표되었을 때, 컬러로 찍을 수 있는 라이카도 갖고 싶었고, 그렇다면 더 많은 제약 속에서 사진을 즐길 수 있는 M11-D가 저에게 맞겠다고 직감으로 정했습니다.

150만 엔이 넘는 카메라입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15,430,000원이었습니다. 첫 해외여행, 처음 간 파리에서 손에 넣은 이 한 대는 앞으로도 계속 가장 애착이 가는 카메라일 것 같습니다.

Leica M11-D 리뷰|후면 액정 없이, 풀 매뉴얼로 찍는 즐거움

후면 액정 없이, 찍은 사진을 보지 않고 걸어가는 카메라

M11-D의 뒷면에는 액정 대신 큰 ISO 다이얼이 있습니다. 윗면에 있는 것은 전원과 셔터 버튼, 셔터 스피드 다이얼뿐. 세부 설정은 스마트폰 앱에서 합니다.

찍을 때는 조리개를 정하고, 이중상을 겹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릅니다. 찍은 사진은 그 자리에서 볼 수 없으니 확인 같은 건 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장소로 걸어갑니다. 다른 카메라라면 찍자마자 액정으로 확인하고 한 장 더 다시 찍겠지요. 저도 평소에는 그렇게 하게 됩니다.

M11-D로는 잘 찍혔는지 쉽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찍힌 사진은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풍경과 빛이 드는 모습만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무엇이 찍혔는지는 집에서 컴퓨터로 옮길 때까지 알 수 없습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초점이 살짝 빗나간 단풍 사진이, 첫날을 떠올리게 해 준다

파리에서 돌아오자마자, 단풍을 찍고 싶어 혼자 나간 날이 있습니다. M11-D와 함께한 날들 중 처음이자 가장 인상에 남은 하루입니다. 렌즈는 원래 가지고 있던 Summicron-M 50mm f/2를 달았습니다.

가로수길
낙엽
이날의 감각은 지금도 떠오른다
파란 하늘로 뻗은 은행나무 가로수
초점이 살짝 빗나갔다

집에 와서 보니 이 한 장은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M11-D로 찍다 보면 이런 사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시 보면 이 나무를 올려다보며 셔터를 눌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만큼, 사진이 기억을 불러내 줍니다. 풍경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그것을 찍었던 것, 그리고 똑같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던 사람들. 한 장 안에 그 감각이 남아 있어서, 초점이 빗나갔어도 저에게는 둘도 없는 사진입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들고 가는 것은 M11-D

YouTube 촬영이나 만들기 작업에는 대부분 다른 카메라를 씁니다. 그래도 가족과 외출하는 날은 M11-D로 남기고 싶습니다.

설에 본가에 갔을 때, 오랜만에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지내며 가족끼리 센다이까지 다녀왔습니다. 차 안의 여동생도, 휴게소의 눈 풍경도, 밤의 센다이 거리도 M11-D로 찍었습니다. 다시 볼 때 그날의 일까지 떠올릴 수 있는 카메라로 남겨 두고 싶습니다. 가족과의 시간에 이 카메라를 고르는 건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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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이 카메라를 위해 고른 APO-Summicron-M 50mm f/2 ASPH.

산 직후에는 Summicron을 달았지만, 2024년 연말부터는 APO-Summicron-M 50mm f/2 ASPH.를 계속 달아 두고 있습니다. 이 카메라를 위해 고른 렌즈입니다.

50mm를 좋아해서 후보는 현행 50mm 렌즈였습니다. Summilux와도 고민했습니다. 후면 액정이 없고 레인지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는 M11-D에서는 개방으로 크게 흐리게 찍는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 F2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고른 것이 이 렌즈입니다.

Summicron은 부드럽고 포근하게 찍힙니다. APO-Summicron은 샤프합니다. 저는 이 샤프한 묘사가 더 좋습니다.

아침 시장
거리에 핀 빨간 꽃

초점이 맞으면 꽃 한 송이가 떠오르듯 찍힙니다. 화단 속 작은 꽃이라도 눈길이 머무는 한 장이 됩니다.

M11-D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 평생 쓸 한 대를 찾는 분께

초점도 노출도 직접 정하기 때문에, 찍기까지도, 익숙해지기까지도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습니다. 초점을 놓칠 때도 있습니다. 그 수고가 있기에 한 장 한 장 피사체를 잘 보고 관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M11-D는 그 불편함을 즐기는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M형의 매력은 사진을 찍는 일이 점점 몸에 배어 가는 것이라고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 M11-D는 후면 액정이 없어서 그 감각이 더욱 예리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찍을 때마다 확인하며 확실하게 좋은 한 장을 가져가고 싶다면, 그에 더 맞는 카메라가 따로 있습니다. M11-D를 추천하고 싶은 분은 평생 함께할 카메라로,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고 싶은 분입니다. 손에 넣은 날의 일도, 그 뒤로 찍은 날들의 일도 사진과 함께 남아 갑니다. 결코 싸지는 않지만, 저는 거기서 가격 이상의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받은 날로부터 곧 2년이 됩니다. 초점이 빗나간 단풍 사진도, 가족과 외출한 날의 사진도, 이 카메라로 찍은 것은 다시 볼 때마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다음에 가족과 외출하는 날에도 M11-D를 들고 갈 것 같습니다.

소개한 장비
  • 카메라: Leica M11-D
  • 렌즈: Leica APO-Summicron-M 50mm f/2 ASPH., Leica Summicron-M 50mm f/2